머피의 노래방
인류의 최고 발명품이 술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노래는 원시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역사와 같을 것이다.
술 마시고 흥이 나면 노래 부르고. 그래서 또 악기를 만들고...
80년대 초에 가라오케가 생기더니, 내 기억으로 노래방은 80년대 말인가
90년 초인가 생긴 것 같다. 노래방이 처음부터 놀이문화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더니,
요즘까지도 술 마시고 2차는 무조건 노래방. 산악회나 각종 모임에서도 2차는 으레 노래방이다.
만일 노래방이 안 생겼더라면, 지금쯤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반주기를 끌고, 전자 기타를 메고, 룸에 들어와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
반주 맞추어주는 직업이 호황을 누렸을라나.
나는 노래를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CJ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노래도 많이 신청을 해서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는데, 나는 멜로디보다는 가사 말이 좋은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팝송도 가사를 알고 보면 우리네 정서처럼 산문시 같은 노래가 많은데,
타자 치기에 힘들어서 신청을 못하고, 요즘 젊은 세대 노래를 따라 부르지 못하듯이
조형기식 발음으로 부른다 해도, 나이 탓에 미처 따라가지를
못하기에 힘이 들어 부르지 못하는데...
가요도 주옥같은 사랑의 노래가 참 많다.
그대가 보고 싶어 죽을 것만 같다는 페이지의 [벙어리 바이올린].
당신과 못 다했던 사랑. 꿈이어도 사랑하겠다는
임지훈의 [꿈이어도 사랑 할래요].
[내 사랑이 그대에게 작을 지라도]. 나는 그 것이 전부라면서 그대 없는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던 채은미 노래.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사랑 하나면 돼. 난 그 거면 돼. 사랑 하나면
모든 게 된다는 백지영의 [사랑 하나면 돼].
오직 그대 곁에 머물고 있는 사랑하는 내 마음의 [님의 향기].
사랑을 하기 위한 체온은 약해도, 사랑을 받기위한 가슴은 뛴다는
수연의 [첫사랑].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담아둘 거라는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당신을 마지막으로 나만의 사람이 되어, 두 번 다시는 사랑 때문에
울지 않게 해 달라는 설운도의 [마지막의 사랑].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것을 당신은 아느냐는
신나의 [아시나요].
너 없는 이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어, 내 목숨만큼 널 사랑한다던
김종환의 [둘이 하나 될 수 있도록].
세상이 끝나도 후회 없도록 널 위해 살고 싶다는 [백년의 약속].
죽어도 못 보내. 가려거든 내 가슴 고쳐내라는 2AM의 [죽어도 못 보내].
오직 나만을 위한 그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 않길 바란다는 조항조의 [거짓말].
사랑하는 사람아. 이제 우리 하나가 되자.
이제부터 우리사랑은 영원토록 함께 하자는 김현의 [프로포즈].
이 세상 여자는 너 하나뿐인데. 슬퍼하면 나는 어떻해.
네가 힘이 들면 내게로 와. 내가 널 사랑 하겠다는 이승희의 [슬퍼하지마].
요즘에는 이승철의[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에 푹 빠져 있다.
천 번이고 다시 태어난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 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 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나의 심장쯤이야 얼마든 아파도 좋은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나 태어나 처음 가슴 떨리는 이런 사랑 또 없을 테죠.
몰래 감춰둔 오랜 기억 속에 단 하나의 사랑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아픈 눈물쯤이야 얼마든 참을 수 있는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도 그대 웃어 준다면 난 행복할 텐데
사랑은 주는 거니까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노래방에서는 신나는 노래로 흥이 나서 들뜬 분위기를 만들 필요도
있지만, 나는 정서적인 사랑노래의 작업송을 좋아하는데...
가끔 모임에서 노래방에 가면 반드시 호감이 가서 끌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그 사람 앞에서 멋지고 달콤한 노래로 관심을 받고 싶어서,
잘 보이지 않는 번호를 조명등 아래까지 가서 어렵게 찾아 번호를 찍어,
예약해 놓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막상 내가 노래 부를 차례가 되면
그 여자는 꼭 화장실을 가서 노래가 다 끝나도록 오지를 않아서 애를
태우거나, 어쩌다가 화장실을 안가고 앉아있어서 이번에는 기회다 싶어서
분위기 잡고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노래 부르면,
그 사람은 내 노래는 듣는 척도 않고,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옆에 사람과
대화에 열중하고 있어서 삐치게 만들기도 한다.
나도 머리에 화장지를 두르고, 테크노 춤을 추거나 [강원도 아리랑]이나
나훈아의 [십팔세 순이], 남진의 [둥지]라도 악을 쓰며 신나게 부르고,
혁띠를 빼서 입에 물고 끝을 말아서 색스폰 연주를 흉내 내고.
새우깡을 콧구멍에 박고, 포도를 입에 잔뜩 넣고, 또 두루마리 화장지를
등에다 쑤셔 넣고, 공옥진 춤을 흉내 내거나,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고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며, 주책을 부리면 그 때서야 나를 쳐다 볼 것인가.
왜 달콤한 사랑의 노래는 남의 일인 양, 듣지도 않고 딴 짓만 하고,
왜 내가 노래 부를 때만 배뇨를 느껴서 화장실을 가야 한단 말인가.
그러고도 더 열 받는 것이 정작 듣는 사람도 없었는데, 점수는 100점을
나와서 내 지갑의 만 원짜리를 꺼내서 꼭 모니터에 붙여야 한단 말인가.
이렇듯 나는 뭐가 제대로 안 된다.
노래방에서도 머피의 법칙이 생기다니, 이것도 다 내 운명이려니...하고
맥주나 홀짝거리며 마실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내 돈 내고 비싼 맥주 마시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