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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자신이 싫다

운명2 2012. 11. 7. 23:37

요즘 내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쓰고 마음 고생을 한 탓일까.

딸 결혼으로 휴가를 내고 서울 집에 와서 보니 핸드폰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놔두던가, 꺼 놓으라고 시키고 말았을 텐데.
큰 일을 앞두고 전화 오는 곳이 많은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다시 차를 몰고 회사를 갔다왔다.
혼자 운전하고 오면서 내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일도 많고, 바쁜데 이 것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까 집에 갈 때 주유소에서 5만원 어치 기름 넣었는데
두 번 왕복하고 나니 금새 빨간 불이 들어온다.
아, 아까워라.

예천으로 창원의 두산 중공업으로 2박 3일 출장이 있었다.
가방에 옷이며 서류를 준비해 챙겨 놓았는데,
직원이 차를 대고, 내 방 앞에서 기다리기에 얼른 탔다.
한참을 가다보니 빈 몸으로 탓다는 것을 알았다.
아휴, 한심해.
근데 내가 빈 손으로 타는 데도,
가방 없냐고 누구하나 물어보는 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가서 양말과 속옷만 사 입으면 된댄다.
맨 몸으로 출장 가기는 처음이다.
정신이 없긴 없나보다.
아, 내 자신이 한심하다.

지난 주말에는 산에 가려고 친구들과 약속했다.
그런데 평소 보다 늦게 막 일어나려고 하는 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일직 근무 아니냐고?
아뿔싸. 그 것도 깜빡 잊고 산에 가기로 약속을 하다니...
씻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주말이라서 차가 많아서 더 애가 타고 마음은 급한데.
결국 1시간도 넘게 늦게 가서 인계를 받았다.
나이 어린 전임 근무자는 약속이 있어서
일찍 가야 했다며 볼멘 소리를 하는데
미안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한편 산에 못가는 이유를 전화로 변명하기에 바쁘고
아, 창피하고 한심하다.

요즘 내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잠깐 하면서
빗 속에 퇴근을 하는데
그 것도 잠시. 다른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운전하다가
네비에서 예쁜 목소리로  전방에 과속 단속 구역이라는 
멘트를 분명했을 것이고, 띠롱띠롱 신호도 보냈을 터인데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과속으로 달리고 나서야
카메라에 찍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7만원 벌금을 낼 생각하니 또 속이 뒤집힌다.
아무 생각없이 멍한 상태로 사는
나는 사라미 아니무이다.(개콘 갸루상 바젼)
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계좌이체를 하려고 은행을 가는데

은행 앞에 이르러서야

계좌번호 적은 메모지를 책상 위에 두고

그냥 왔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가서 메모지를 들고 나오면서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통장 정리 한다고 가면서

통장을 가져가지 않는  일도 서너 번. 

아, 왜 사는지 모르것다.


요즘 이러는 내가, 내 자신이 정말 싫다.
                                                                    - 운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