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 임 사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흐르겠지만,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직은 남의 일같이 여겼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가 됐으니 말입니다. 아직 어디 아픈데도 없고 내 자신은 팔팔한 것 같은데 퇴직이라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 한 달 가까이 쉬었는데, 처음 1주일은 푹 쉴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 후부터는 집에서 노는 것도 고역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매일 집에서 티브나 보고, 컴퓨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산에 갈 수도 없고...
그런데 또 요즘은 금방 환경에 잘 적응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유머가 있습니다. 설마하니 백수가 과로사를 하겠냐만은 시간이 많으니 여기 저기 참석할 일도 많고, 모임도 많은데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말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모든 혜택을 다 받고 떠난 선배들과 정년이 연장된다는 후배들 사이에 낀 가장 운 없는 세대 같기도 합니다.
선배들은 유럽 여행도 다녀오고 행운의 열쇠도 받고 했던 것 같은데 오늘 우리는 20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을 준다고 하는데, 술 생각나면 몇 년은 재래시장에 가서 언제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행복은 보장 된 것 같습니다.
아내한테 상품권은 내 몫으로, 나 혼자 누구와 술을 마시던 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대신 나는 하루 두 끼만 먹기로 서로 합의를 했습니다. 두 끼만 먹은 지 한 달이 돼 가는데 그런대로 살만 합니다.
내 딸과 사위가 국내 1,2위 대기업에 다니는데, 대기업에서는 정년퇴임식이 없다고 합니다. 정년이 없으니 정년 퇴임식이 없는 것은 당연해서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자리가 없어지거나 안보이면 퇴직 했구나 생각한답니다. 그런 것으로 보면 우리는 얼마나 다행입니까. 지금은 원자력 때문에 말이 많지만 그래도 공기업이 좋은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애들 취직 시험 서류 심사와 면접시험에도 아빠가 공기업 다닌다면 +알파가 있고 군대 간 막내아들도 내 직업 덕분에 수방사로 차출 됐습니다. 물론 수방사에서는 경비단이 힘들다고 해서 정보통신단으로 보내는 데는 내가 조금 힘을 썼지만... 전철 한 번만 타면 집에 오기에 벌써부터 외박 외출을 나오는데, 자기가 생각해도 군대 같지도 않다고 하더군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사생활이었지만 이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엊그제 [관상]이란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관상으로 아들이 벼슬길에 나서면 반드시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공부를 못하게 하지만, 태어난 운명을 거슬리고 출세를 해보겠다고 아버지 뜻에 역행을 해서 정승이 되지만, 결국은 그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로 인해 죽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남의 관상을 잘 보아도 자기 관상은 못 보았던지 자기가 갈 방향은 오판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양대군이 성공할 역모 상 이었다면 김종서 보다는 수양대군 쪽으로 갔으면 출세를 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성스런 무사만 거느린 김종서 보다는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진 많은 인맥의 수양대군이 훨씬 유리할 것이 분명 한데도 말입니다.
주인공은 원위치로 돌아와서 나중에 한명회 앞에서 회고합니다. 자신은 파도만 볼 줄 알았지 파도 뒤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은 보지 못했다고 자책하는데... 그래서 관상보다는 심상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먼저도 이야기 했지만 각자 타고난 질량대로 살아야겠지만, 행운을 불러와서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행과 기도라던데, 나도 이제 무슨 일을 하던 행운이 따르는 행동과 마음으로 남은 제 2의 인생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인생 행복은 건강이 제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출세하고 성공했었고, 재테크를 잘해 돈이 많아서 큰 소리치고 권력을 휘둘렀어도 건강이 받쳐 주지 않으면 결국 인생패배자가 되는 것 아닐까요. 사람들이 건강할 때는 건강의 중요성을 모르고 몸에 이상이 있어야지만 뒤늦게 건강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건강할 때 건강을 챙기시고 매사 감사하는 마음과 먼저 많이 베푸는 성실한 생활로 행운을 따르게 하여 뜻 한 바 자신의 소망을 반드시 이루어 꼭 행복한 인생이 되도록 진심으로 빌어 봅니다.
감사했습니다.
연 규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