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내가 즐겨 시청하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가 있다.
이 프로에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정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럴 수가,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눈물짓게도 만든다.
동물 중에는 기특한 행동을 하는 개가 주로 소개되는데...
최고의 개는 주인이 집을 나서서 진도개한테
“아차, 휴대폰을 안 가져왔다. 휴대폰 좀 가져와라.” 시키면
2키로 미터 정도의 집을 다시 찾아가 휴대폰을 찾아 입에 물고 오고.
나무 위에다 물건을 놓아도 올라가서 물고 오는가 하면. 라면을 끓이면서
파가 없다고 하면 밭에 가서 파를 입으로 뽑아서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신통방통한 일인가.
그래서 나도 저런 개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삼시 세끼를 라면으로 30년을 살아가는 60대 할아버지.
물 대신 사이다만을 고집하는 70대 할머니.
밥 대신 막걸리만 먹으면서도 거뜬하게 살아가는 사람.
커피만 마시고도 건강하게 사는 할머니.
늘 식용유에 밥을 말아먹는 느끼한 남자.
삼겹살을 설탕에 찍어 먹는 남자.
지네를 산 채로 먹는 무서운 사람.
먹고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 세상에 희안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지난 주에 소개한 내용은 30대 후반의 젊은이 이야기였다.
8살 때, 말뚝박기 놀이를 하다가 밑에 친구가 주저앉는 바람에 뒤로 떨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반신불수가 되어 한쪽 손발을 전혀 못쓰고 힘들게 걷는데
말도 어눌해서 더듬거렸다.
그런데도 한 손으로 트럼펫을 잡고 불었는데,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스스로 터득해서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노인정 등에 트럼펫을 들고 다니며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늘 군악대 같은 제복을 착용하고 다니며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는 행복해 보였으나 장가도 못가고 노모와 함께 사는 모습이 어쩐지 나는
안쓰럽기만 해서 가슴이 찡했다.
그런데 이번 주는 기어이 나를 울렸다.
나는 원래 마음이 약해 눈물이 많은 편인데, 지난번에 [말아톤]을 보면서도
그 주인공과 같은 자폐아를 둔 친구가 생각나고 그 아이가 생각나서 눈물이 맺히고
목이 울컥 메였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그 애 생각에 웃지도 못하고 눈물도 나지 않더라고 했다.
월남 참전용사로 건강했었는데 광산에서 갱이 무너지는 바람에 척추를 다쳐서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두 손으로 걸어 다니면서도 혼자 농사를 짓고 있었다.
고추 농사에 한약 재배에 경운기를 몰고 돌아오면서는 힘겹게 경사진 절벽의 산에 올라가
땔감도 주워 오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라 장가도 들지 못한 60의 나이에 83살된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버지는 고령에 앞도 못보고 알아듣지도 못하여 밥숟갈도 제대로 못 떠,
일일이 반찬을 숟갈에 정성스레 올려주던 모습. 자신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를 하고, 아버지를 목욕시키고, 이발까지 해주고
머리도 감기는 등 지극 정성 효도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효자였다.
그러면서 더 좋은 음식을 만들어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게 하고 싶은데 음식 만들지를 몰라서
못한다고 할 때에 기어이 내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불편한 몸으로도 저런 효성을 가지고 있는데 건강한 나는 부모님을 저렇게 모셨던가 싶기도 하고,
그 사람이 너무 가엾게도 보였기에....
그 사람을 보면서 아, 세상은 왜 이처럼 불공평할까.
참전용사 때 찍은 늠름한 사진을 보며 지난 날 건강했던 시절이 얼마나 그리울까.
정글을 누비고 다니던 사람이 얼마나 불편할까.
운명은 저렇듯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착잡해 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돈 보다도 명예보다도 건강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당연한 깨달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내가 지금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건강한 자식들과 이렇게 살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고 행복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나에게 행복한 삶을 마련해 주는 신께도 감사드리며...
그 두 사람에게도 행운과 좋은 일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2005. 09. 13. -운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