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이야기
나는 여자 옷 중에 팬티를 제일 좋아한다.
한 주먹에 들어오는 작은 부피인데도 다양한 칼라로 각양각색의
디자인과 모양. 종류가 수도 없이 많은데, 예쁘고 멋스러움에 감탄할 정도다.
투명하게 속이 보이는 누드팬티도 있다는데 속이 보일 정도면 차라리
입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섹시함을 강조한 섹시 팬티라니...
요즘은 줄 팬티처럼 된 T팬티가 유행이고 행운을 기원하는 빨간 팬티도
불황기에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또 어떤 용도인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몰라도 밑이 찢어진 팬티도
선보였다고 한다. 통풍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짐작해 볼 뿐이지만.
요일 별 팬티도 있고, 향기 나는 팬티도 있으며, 레이스로 장식한 팬티에
리본이나 장미꽃으로 장식한 팬티가 대부분이지만, 형광물질로 처리해서
밝은 곳에서는 하트모양에 NO. 라는 글씨가 보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YES. 라는 글씨가 나타나는 팬티도 있다.
불을 끄면 허락한다는 암시일 것이다.
나는 총각시절부터 여자들한테 팬티 선물을 많이 했다.
지금 아내에게는 물론 총각시절 연애하는 여자나 사무실 여직원.
청소하는 아줌마들한테 선물을 하려면 팬티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에게 선물하려면 일단 가격이 적당해야 하기에 비싼 화장품이나
아웃 웨어는 하기 힘들고 스카프도 많이 했지만 스카프는 별로 활용도가
없는 것 같아서 저렴한 가격의 팬티가 가장 무난하다고 본 것이다.
하긴 프랑스제 명품 팬티는 300만원 하는 것도 있지만...
두 장이나 세 장의 팬티 한 박스에 돈 만원 안팍이면 충분하니까.
팬티 사이즈는 여자 가슴 사이즈에 10cm를 보태면 적당한 사이즈가
나온다. 예를 들어 가슴이 85면 팬티는 95가 맞는 다는 말이다.
어느 해 연말에, 사무실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고
매일 내 책상도 깨끗하게 닦아주는 고마움에, 나이에 비해 좀 야한 팬티를
선물했더니 어떻게 사이즈도 딱 맞게 선물했냐 하면서 의아해 한다.
나이가 들면 부끄러움이 없고 뻔뻔해 진다더니 내 앞에서 그 팬티 입고
왔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서 내가 무안해지고...
그래서 이제 그런 선물을 안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해 마다 으레
올 해도 팬티를 사 주겠거니 기다려서 매 년 안 사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팬티를 선물하면 상대도 꼭 팬티를 선물하는 여자들이 있어서,
나는 트렁크 팬티가 편한데 내가 잘 입지 않는 삼각팬티도 나는 많다.
그 중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황토물을 들인 황토팬티다.
동호회 연말 모임에서도 나는 여자팬티를 선물로 장만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팬티를 선물하고 도로 돌려받은 적이 딱 한번 있다.
이유는 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는 단지 그 것 뿐...
쉽고 어렵고는 손바닥만한 팬티의 고무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무줄을 관장하고 있는 마음에 있는 것 아닐까.
팬티와 빤쓰
외출을 할 때는 뱀이 허물을 벗듯
우선 빤쓰부터 벗어야 한다.
고무줄이 약간 늘어나 불편하지만 편안한
그래서 빤쓰지만 땡땡이 물무늬 빤쓰
집구석용 푸르댕댕 빤쓰는 벗어버리고
레이스 팬티로 갈아입어야 한다.
앙증맞고 멋있는 꽃무늬 팬티
두 다리에 살살 끼우면 약간 마음이 간지럽고
살이 나풀댄다.
나는 다시 우아하고 예쁜 레이스 공주
밖에서 느닷없이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세상에, 땡땡이 빤쓰인 채로 공개되면 어쩌나
비싼 세콤 장치로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듯
유명 라펠라 팬티로 단단하게 무장을 한다.
오늘 바람이라도 살랑, 불라치면
혹시라도 치마가 팔랑 뒤집힌다면
나, 죽어도 꽃무늬 레이스로 들키고 싶다.
(손 현숙의 팬티와 빤쓰 전문)
이 시인은 여자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언더웨어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애하는 여자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여주다가 낡아빠진 팬티나 구멍 난
팬티를 보여주게 된다면 얼마나 낭패인가.
요즘 여자 탤런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 정말로 경찰관이나
부검의사가 확인했을 때,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입었던 까만 고무줄이나
노란 통 고무줄의 사리마다나 광목 빤쓰를 입고 있었던 것을 보았다면,
브라운관에서 보여 지는 그 예쁜 이미지에서 얼마나 실망을 하겠는가.
지금은 섬유산업의 발달로 옛날처럼 촌스러운 빤쓰도 없을 뿐 더러
집구석용과 외출용이 따로 있지도 않고, 야하면서도 예쁘고 값싼 속옷이
무척 많으니 그럴 염려도 없겠지만, 아무래도 낡은 팬티는 집에서 입고,
외출 할 때는 팬티부터 새 것으로 갈아입듯 안 보이 곳에도 패션에
신경을 쓸 일이다.
순천의 연향동이나 광양의 중마동에 가면 가요주점이 많은데,
그 쪽 주점 문화는 특이해서 늘씬하고 젊은 아가씨들이 룸에 들어와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드로 노래하고 춤추며 논다. 그런데 젊은 남자들은
자기 파트너 여자 팬티를 머리에 모자처럼 쓰고 광란하듯 노는 꼴을 보면
가히 가관이면서도 움켜쥐면 한 주먹 안에 들어오는 팬티도 각양각색
예쁜 것이 많이 있고나 느꼈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내가 상금을 걸고
아가씨들의 팬티 콘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그 팬티들을 보면서 어떤 것은 노랗고, 푸르고, 또는 까만 색, 분홍빛과
보랏빛의 은행잎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듯이, 나는 또 은행잎을 보면
여자 팬티를 연상하게 된다.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보며 머언 곳에
여인 옷 벗는 소리라고 했었다. 아마도 그 옷은 여자의 속옷인 팬티를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사그락 사라락 들릴 듯 들리지 않는
눈 내리는 모습을 속옷 벗는 소리로 표현한 시인의 시적 표현이 어쩜
그리도 적절하게 비유했는지....
시각의 청각화로 아마도 가장 멋있는 표현 같아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조선시대 백사 이항복은 선비들 술좌석 좌담에서 어두운 그믐밤에
안방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여자의 옷 벗는 소리 이상 더 듣기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던가.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 온 영혼을 다 바쳐 아낌없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눈이 내리듯,
또는 바람 한 점 없는 날.
순수한 자중에 의해 노란 은행잎이 사부작 떨어지듯 그렇게...
결코 속되지 않고 품위 있게 사르르 흘러내리듯
꽃무늬 고운 속옷을 벗는 여인이야 말로
이 세상 그 어느 예쁜 꽃보다도 향기롭고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2009. 05. 04. - 운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