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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산행 하던 날

운명2 2015. 10. 28. 20:34

         도봉산 산행하던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산에 간다고 유부초밥 해 달라고 했다가
아내한테 뒤지게 혼났다.
비가 이리 오는데 뭔 산행이냐고...
정 가고 싶으면 김밥이나 사가라고...

그러고 보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요즘은 일기예보도 정확히 잘 맞추어서 오늘 비 온다는 것을

알았기에 취소하고 싶었지만 내가 주최한 것이기도 한데

산행 안내를 맡은 관호님이 어제 우천에도 강행한다고 했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태호님이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나도 우산을 쓰고 나섰다.
몇몇 분들이 비가 와서 산행을 포기한다는 문자들이 속속 들어오고...

몇 명이나 오려는지 
이렇게 비가 오면 막걸리나 마시고 산행은 포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회원들이 예상 외로 많이 오셨고
전철타고 오는 다른 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나이 든 분이 우리에게 불쑥 5060 회원이냐고  묻자마자
금옥님이 우리가 5060 같이 보이냐. 3040 이라면 몰라도.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냐며 기분 나쁘다고 몰아세우니
그 아저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 가버렸다.ㅎㅎㅎ   

비는 계속 오고, 아침 겸 두부전골에 막걸리를 마시는데
비 오는데도 불구하고 모인사람들이야 당연한 말이겠지만
막걸리나 마시고 등산은 포기하자는 사람은 나하고 백구뿐이고.
다들 비 와도 산행을 강행하자는 강경론자들이었다.
그런데 막걸리를 마시고 나오니 거짓말처럼 비는 그쳐있었고
도봉능선에 걸친 구름이 자운봉을 감싸고 있어서
마치 설악의 범봉을 연상케하는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단풍과 비 온 뒤끝이라서 맑은 계곡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등산로를 따라서 멋진 경관에 모두들 감탄을 하면서 
점심을 먹기로 한 거북바위를 향해 올랐다.
올라가면서 다른 여자들 일행은 태호님이 담당하고
다른 남자들은 금옥님이 담당하며 포섭하여 우리 모임을 홍보하는데
어찌나 재미있는지 다들 뒤집어져서 웃느라 힘든지도 모르고 산을 올랐다.
다행히 홍보 효과도 좋아서 오디주 2병도 얻었고...

현숙님이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안주로 막걸리 10병이 금방 동이 나고
김밥. 족발. 각종 과일로 맛나게 식사를 하고 태호님이 배낭에서
노가리까지 꺼내서 구워 안주로 하는데...
문득 떠오른 노가리에 대한 아픈 추억은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발목까지 덮히는 낙엽을 밟으며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따라서 하산했을 때.
달수님이 예쁜 여자회원 두 명과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쁜 회원 몇몇은 먼저 돌아가고 
우리는 파전과 꿩탕을 안주로 또 막걸리에 소주에 술판이 벌어졌고.
나이를 초월해서 처녀 같은 몸매에 예쁘게 차려입은
미모의 여회원 옆에 앉아서 나는 너무 좋아 넋을 놓고 있었다.
그 분 이름은 밝히지 않으련다.
너무 소문나면 내가 불리해서 안 되니까.ㅎㅎ
그런데 그 다음 상황도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울고 싶은 상황이 발생해서...

(전에 알고 지내던 여자를 거기서 만나서 합석하게 되었으니.ㅠㅠ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즉석에서 475 산악회를 조직하고
우리는 그 기념으로 노래방을 향해
다들 신나게 흥을 돋구며 춤도 잘 추고 노래를 잘들 했다.
나는 노래방에서 나와서 술을 더 했기에
지금까지도 정신이 몽롱해서 아침부터 여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다들 잘 들어가셨는지.

나는 어제 산행을 하면서도 술자리에서도
왜 자꾸 함께하지 못한 성천님이 보고 싶고 그리운지.
혹시 나도 성천님을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래서 고개가 절래 절래 흔들리지만...ㅎ
   
하여간 어제 함께 해주신 열여섯 회원님들께
다음에 또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볼 것을 바라며
고마웠다고 정중히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2009. 11. 09.     -  운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