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를 보며
나는 야구팬이다.
그 것도 만년 꼴찌 팀인 한화 팬이다.
올 해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극적인 승리가 많아서
마리한화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많은 관중을 동원하여
한화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우려했던 대로 너무 초장부터 매 경기에
화력을 집중하다보니 마지막에는 힘에 부쳐서인지
결국 가을 야구까지는 가지 못하고 6위로 마무리해서 아쉬움이 컸었다.
그래도 투수력이 약한 것을 감안하면 선전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타력도 들쭉날쭉했지만 감독이 너무 선호하는 선수만
끝까지 고집해서 경기를 망친 것이 많아서 불만이기도 했지만
테이블 세터인 이용규, 정근우와 작은 체구에도 다부진 강경학을 좋아한다.
나는 때때로 야구장에도 가는데, 야구장에 들어서면 확 트인 시야에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기장에 시원함을 느끼며 기분이 업 된다.
거기에 치맥이라도 먹으며 응원을 하다보면 무아지경으로 몰입하게도 된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야구 규칙이 꼼수나 잔머리를
쓸 수 없게 만들어 정정당당히 승부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예를 들어 Three Bunt 실패 시는 아웃처리 하는 것이나
주자를 속이는 투수 Balk.
고의적으로 몸에 맞고 나가려는 Dead Ball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또 태그를 피하려고 주루 밖으로 피하려는 행위는
쓰리 피트 레이트 아웃을 적용한다거나
타격을 하고 1루로 뛸 때에 하얀 선 밖으로 뛰면 아웃처리를 한다.
그리고 내야에 뜬 공을 고의적으로 낙구하여 타자와 주자를 동시에
아웃시키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자가 있을 때는
내야에 뜬공을 수비수가 잡건, 잡지 못하건
심판이 In Field Fly out을 선언하고,
여타 수비나 공격을 방해하는 행위는 아웃처리를 하게 되어있다.
또 2 스트라이크 상태에서 세 번 째 스트라이크 공을 포수가 캐치하지
못했을 때는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하여
스트라이크 낫 아웃을 선언한다거나
루(壘)에 주자가 차서 주자가 반드시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포스아웃 시키지만, 뛰어도 되고 안 뛰어도 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먼저 터치아웃을 시켜야 아웃되는 등 야구 규칙이 재미있어
야구 경기가 인생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듯이 스포츠도 다 운칠기삼이다.
아무리 감독이 작전 지시를 잘하고, 최우수 선수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감독의 지시대로 선수가 잘해주거나 대타로 나가서 안타를 치고
우승을 하면 감독의 작전 능력을 칭찬하여 지장이니 덕장이니 하지만,
선수가 실수했을 때는 감독의 작전실패라고 비난하듯이 감독은
선수하기 나름으로 감독의 생명은 선수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선수는 선수대로 전력투구하고 싶고,
있는 힘을 다해 타격하고 싶지 않겠는가.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듯,
스포츠 선수들도 자신의 의도대로만 경기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러 구질을 가지고 있는 투수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보다는
어떤 구질의 공이나 속구라도 전부 받아치는 타자가 유리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기에 투수가 던지는 구질을 예측하고
그 공을 노려서 치다보니 자신이 예측한 공이 아닐 때는
삼진을 당하는 것 아닌가.
그러기에 투수가 던지는 공과 자신이 노리는 공이 일치하는 행운이
따라야 안타가 나오고 타점도 올리고 타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도 운칠기삼으로 4할 타율이 없고
3할 타자라면 최고의 선수로 친다.
우리 프로 야구 원년에 백인천 선수 겸 감독이 4할을 쳤다는데
그 때는 프로 야구 초년이라서 선수층이 얇은데다가
일본에서 프로 생활했던 백인천 선수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의 안타제조기라는 이치로도 전성기에 3할 8푼 7리가 최고였고
지난해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0.229 이었다.
수비는 선수들이 정상적인 타격으로 공이 제일 많이 가는 방향을
찾아서 수비하기 제일 쉽고, 좋은 곳에서 수비위치를 잡고 있기에
타율이 높은 선수는 홈런을 제외하고는 역설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정상적인 타격이 아닌 변칙적인 타격으로 수비를 피해 공을 보내는
비정상의 운도 따라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우리의 우승으로 끝난 WBSC 프리미어12 야구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160키로 이상으로 던지는 일본의 젊은 오타니에게
꼼짝 못하고, 주장 정근우만 안타 한 개를 쳤을 뿐.
전부 삼진을 당하다가 오타니가 물러나고 9회 초에 극적으로
우리가 역전승했는데, 오타니가 계속 던졌더라면 우리는 우승을
못했을 수도 있으니 우리에게 운이 따랐다고 본다.
2009년 WBC 대회에서는 일본과 9회에서 동점을 만들고
10회 연장전에서 임창용에게 안타 제조기라는 일본 톱타자 이치로를
상대하지 말고 걸어 보내라는 김인식 감독의 사인을
투수 코치가 묵살하고 정면 승부하다가 안타를 맞고
5:3으로 패한 적이 있듯이 야구도 승운이 따라야 한다.
하여간 이번에 지난 번 일본에게 패해서 준우승 했던 것을 시원하게
설욕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선수들 표정도 가지가지로
애써 감독의 얼굴을 피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거나,
판정에 항의하듯 중얼거리거나
죄를 지은 것처럼 땅을 보며 들어가거나
멋쩍게 방망이를 돌리며 들어가거나
아무 죄 없는 방망이한테 화를 풀거나
빨리 피하고 싶은지 뛰어서 들어가거나
표정이나 행동도 다 달라서 재미있다.
실제로 어느 외국 선수는 삼진을 당하고는 방망이를 무릎에 대고
두 손으로 꺾어서 부러뜨리는 괴력의 선수도 있었다.
사냥개가 꿩을 찾아서 엽사의 지시대로 꿩을 날렸는데
엽사는 총을 쏘고도 날라 가는 꿩을 떨어뜨리지 못했을 때
사냥개가 멸시하듯 엽사를 쳐다보는 눈에 쪽팔려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런 엽사의 심정이 삼진을 당한 타자의 심정일 것이다.
9회말.
3대 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주자가 2, 3루에 있는데
타자와 풀 카운트라면, 마지막으로 던지는 공 하나로 승리를 지킬 수도 있고
한 방이면 역전패 당하는 것이기에 온 힘을 다해 던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전력투구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타자는 삼진을 당할 수도 있고, 내야 땅볼이나 뜬공으로
아웃이 되어 패하는 게임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 뛰어난 선구안으로
끝까지 눈에서 공을 놓치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력으로 타격해서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과 1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일이라서 아무리 기술이
좋다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에 인생사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스포츠도 분명 운칠기삼이라고 믿는다.
골프도 상대 선수가 실수를 해야 내가 이기는 게임 아니던가.
운이 나를 따르게 만드는 생각과 행동으로 성실하고 착하게 살며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행복한 삶에 감사를 느끼며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겠다.
2015.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