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의 공통점
인기 여가수 장윤정과 떠벌이 방송인 노홍철이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커플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장윤정이 하는 말을 듣고 조금은 이해가 되었는데, 말인즉슨
노홍철이 방송과는 달리 데이트 할 때는 조용히 듣기만 하면서 자신을
잘 배려해 주어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바람둥이 벤치마킹]이란 어느 글에서 바람둥이의
특징에 대해서 생각났다.
수 십 명의 여인을 농락한 희대의 제비가 있었는데, 어떤 일로 경찰서에
붙잡혀 왔단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용모나 조건이
그야말로 별 볼 일 없이, 키도 작고, 얼굴이 완전 민주주의로 못생겼고,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서 일반 보통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정도였단다.
그렇다고 변강쇠처럼 근육질은 더더욱 아니고, 타석에 들어 선 야구선수들처럼
그 짜게가 크게 튀어나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오줌발이 소방호스처럼 세어서
공중화장실 소변기의 어린애 주먹만 한 나프탈렌을 헬리콥터 날개 돌리듯 오줌으로
빙글빙글 돌리듯, 정력이 센 거 같지도 않아서 경찰관이 의구심을 가지고 물었단다.
“도대체 당신은 무슨 수로 여자를 유혹한 겁니까?”
자타공인 연예박사 9단인 이 제비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단다.
“여자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적절히 맞장구를 쳤을 뿐입니다.
상대의 말이 재미없을 때는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참았습니다. 4절까지
부른 적도 있지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며 경청하는 인내는 이성의 마음 뿐 아니라 동성의
마음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왕년의 미남배우 게리쿠퍼는 ‘미국의 연인’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리고, 애인이 수도 없이 많았다고 한다.
그와 절친한 영화감독 빌리 와일러는 게리쿠퍼에 대해 말하기를
“그가 세상의 모든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유는 딱히 멋진 말솜씨 때문만이 아니고,
다만 그는 들을 줄 알았습니다. 상대 여자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때때로
"설마?" "정말?" "그 건 처음 듣는 말인데..."라는 세 마디 가운데 한 마디를
곁들이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속내를 털어놓게 만드는 사이, 여자들은 자연히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거죠.” 했단다.
나도 이제부터는 게리쿠퍼의 인기 비결처럼 설마? 정말? 그 건 처음
듣는 말인데... 이 세 마디만 해야 하겠다.
우리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한테 호감을 느끼지만,
달변가한테는 호감보다는 은어로 아가리나 이빨꾼이라고 비하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족집게 무당들은 손님이 먼저 자기가 찾아온 연유를 말하게 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 고민이나 관심을 재빠르게 파악한 다음, 상대가 털어놓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하고, 세심하게 대응하는 능청스러움을 보인다.
단지 자기 말을 듣고 되풀이해 줄 뿐이지만, 상대는 자신의 관심을 파악하는 용함에
감동을 받아서 스스로 맞아. 맞아. 연발하게 되는데...
족집게 무당도 내 과거는 내가 먼저 말했기에 잘 맞추지만 미래는 나도 모르기에
말 한 적이 없어, 미래는 지 멋대로 50% 확률을 믿고 대충 말하기에 미래는 맞추지
못한다는 말을 우리는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경청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업꾼의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의 착각 가운데 하나가 달변가가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준다고 지레짐작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진짜 인기 있는 사람이나 바람둥이들은 상대방 화자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조용한 경청자란다.
그러므로 말이 많으면 자연히 실수가 있게 마련이고, 경청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조영남의 주위에 젊은 여자들이 끊이지 않고 모이는 이유에 대해 조영남 패밀리에
속해 있는 한 여자가 말하는데, 조영남도 방송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속수무책으로
떠드는 것과는 달리 여자들의 고민과 수다를 잘 들어준다고 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밥값과 술값도 전부 조영남이 다 사는데, 얻어먹어가며 여자들이
수다 떨 수 있으니 그 보다 편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방송의 노홍철처럼 정신없이 수다를 떨면 주위가 산만해서 호감이 가기
보다는 빨리 피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괜히 혼자 잘난 척, 유식한 척,
어려운 영어를 섞어가며 또는 논리적인 척, 떠들어서 듣는 사람이 속으로
애국가 4절까지 부르게 하지 말고, 사오정같이 엉뚱한 소리도 하지도 말고,
비아냥대거나 약점을 잡아 상처를 찌르거나 갈구지 말고, 조용히 경청하고
설마? 정말? 그 건 처음 듣는 말인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말해보자.
그러면 작업 성공율도 높아지고, 상대에게 호감을 사서 바람둥이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드시 서로 도움을 주는 건전한 테두리 안에서가 바람직스럽지,
상대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기성으로 경찰서에 끌려가서, 성질 더러운 경찰관이
바람둥이 비법을 알고자 화장실에 끌고 가서 소변을 보라고 시키거나
바지를 내려 그 짜게를 확인하게 만드는 굴욕은 당하지 말자.
말이 나온 김에 말이지만, 인터넷 댓글(말)을 잘 써서 인기 있고, 호감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잘 읽고(듣고) 공감을 느끼고 내용에 맞게, 긍정적으로 점잖게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용과는 상관없이 비아냥대고 도전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같은 패밀리(같은 정당 지지자)들에게는 인기 있을지 몰라도,
바람둥이 기질은 결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는 것이 대화의 1.2.3 법칙이란다.
그런데 이 말도 설마? 정말? 그 건 처음 듣는 말인데.... 하하
마지막으로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일 지도 모르지만
노홍철이 언제까지 장윤정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기만 할 것인지.
그들은 언제까지 변함없이 사랑의 행복한 시간들을 지켜 나가는지.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면서도.
어쩐지 소속사에서 관심 끌기위한 노이즈 마케팅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 예감으로는 웬지 성공 확율은 낮아 보인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2009. 08. 06. - 운 명 -
*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인데,
내 예상대로 장윤정은 도경완 아나운서와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으며
그 어머니는 장윤정의 결혼으로 돈 줄이 끊긴 탓인지 사이코패스 같은
행동으로 언론 플레이를 계속 하는데 장윤정은 일언반구 반응이 없다.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도 돈 앞에서는 남 보다 못한 사이로 붕괴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남의 가족사에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지만
남동생은 사업 자금에 허덕이는데, 장윤정이 1억을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했다고 하니
어머니가 그러는 것 같기도 한데, 장윤정이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은 잘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