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나라 대한민국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다 느꼈겠지만, 화장실 문화가 달라서 불편할 때가 많다.
특히 유럽(미국도 마찬가지)에서는 우리처럼 무료 대형 공중화장실이 없고 어쩌다 있는
유료 화장실도 변기 한 두 개가 고작이다. 하기는 우리도 70년대는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 같이 사람이 붐비는 곳에는 유료 화장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급해서 화장실에 가려면 카페에 들려서 우리의 소주 잔 크기의 커피 잔에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한 잔 시켜서 서서 마시고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다.
나는 아내와 서서 마시는데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들어와서는 자리부터 찾아 앉기에
자리에 앉으면 커피 값이 비싸다고 귀뜸을 했건만...
우리는 5유로(약 5400원)냈는데, 그들은 나중에 네 명이 40유로(우리 돈 5만 원 정도)를
냈다고 배 아파한다.
백화점에도 화장실은 유료이고, 고속도로 휴게소는 매장을 통해야 화장실에 갈 수
있는데, 그 것도 유료는 1유로(우리 돈 1200원 정도)동전을 넣고 영수증을 빼서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내밀면 물건 값에서 제외해 주기는 한다.
아마도 유럽 사람들은 체질이나 생리적으로 우리와 다른 것 아닐까.
사실 그들은 노상방뇨도 많아서 거리에 악취가 많이 나기도 한다고 한다.
하루에 수 백 명 관광객이 오는 곳에 우리 기준으로 공중화장실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공중화장실이 없다면 우리는 난리 났을 것이다.
유럽에서 무료 공중화장실은 아마도 공항에만 존재하는 것 같다.
알프스 융플라워가 해발 3454m라는데 그 곳에는 무료화장실이 있었다.
무료라는 반가움 때문이었는지, 기압이 낮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배뇨감을 느껴서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폭포수처럼 쏘는데, 지상에서 가장 높은 화장실이라는
생각에 묘한 느낌과 함께 야릇한 쾌감이 몸에 전해졌었다.
호텔 화장실도 우리의 여관 같은 곳이어서 협소한데다가 건빵만한 세수 비누 두 개만
달랑 준다. 어쩌다가 1회용 샴푸를 주는 곳도 있긴 하다. 타올도 여자들이 몸에 감을 수
있는 커다란 수건 두 장이 전부다. 샤워부스도 너무 좁아서 사람 하나도 간신히 들어간다.
내 몸도 비누칠하고 돌아서다가 팔꿈치를 수도꼭지에 두 번이나 부딪쳤다. 배 나오고
뚱뚱한 그 놈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변기도 우리처럼 분사식 비데는 노즐이 막히기에 만들 수도 없단다.
그래서 변기 옆에 수도꼭지가 달린 변기처럼 생긴 비데가 반드시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 것이 무얼 하는 건지 몰라서 거기에 발도 씻고, 머리도 감았던
옆방 여자도 있었다. 내가 손으로 닦는 비데라고 설명을 해주니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어
했고, 다른 사람들은 깔깔거렸다.
화장실 바닥에는 우리처럼 배수구가 없어서 잘못 사용하면 곧바로 침실 카페트에 스며들고
구두 신고 침실에 드나드는 그들이기에 우리처럼 실내화도 없다. 그래서 화장실 출입구에는
우리의 발 닦는 수건 같은 것을 반듯이 놓아야 한다. 어떤 관광객은 카펫이 물에 젖었다고
변상을 요구해서 변상 해준 적도 있다한다.
식당에서 제공해주는 물을 추가로 더 시키면 2유로를 내야한다.
비록 셀프이기는 해도 우리의 식당은 얼마든지 물을 마실 수 있고 나가면서 커피도 공짜로
마실 수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좋은가.
여기서 우리의 모텔을 비교해보자.
유럽처럼 싱글 침대 두 개가 아니고, 더블 침대에 냉장고에는 생수 두 병과 각종 음료 캔도
들어 있고, 믹스 커피와 녹차는 테이블에 있고, 이발소에서 쓰는 값싼 것이기는 해도
스킨과 로션도 비치해 놓고, 넉넉한 화장실에는 큰 수건과 작은 수건을 두 장씩 구분해서
주고, 세수 비누와 샴푸, 바디샴푸까지 비치해 놓았으며 그리고 일회용 치약과 칫솔,
프라스틱 빗, 남자는 1회용 면도기, 여자는 머리에 쓰는 비닐 캡까지 지퍼 달린 비닐 백에
가지런히 넣어서 주지 않던가.
좋은 곳은 풍선도 주고 낙타눈깔도 주니, 우리나라야 말로 정말 참 좋은 나라이고
문화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정치는 후진국 같지만)
이번에 또 느꼈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우리나라가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만만세다.
2017. 0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