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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당하는 남자 3

운명2 2017. 6. 2. 15:50



이것도 오래된 이야기이다.

퇴근해서 운전을 하고 오는데 냉동탑차가 깜빡이를 켜고 접근을 하더니
나한테 차를 세우라고 손짓을 한다. 나는 내 차에 이상이 있나 싶어 얼른 길가에 세웠더니

그 사람이 다가와 잠깐 보자며 냉동탑차 뒷문을 열고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이며 백화점에

납품하고 오는 길인데, 당장 회로 먹을 수도 있는 것으로 한 상자를 빼냈다며 20만원 어치인데

7만원만 내란다.
 큼지막한 광어 2마리, 가오리 1마리를 보면서 마침 우리 집에 장인, 장모도 와 계시고

술 생각이 나서 지갑을 열어보니 5만원 밖에 안됐다. 나는 5만원 밖에 없어서 못 사겠다고

하니 그냥 5만원만 달라고 한다.

앗싸! 정말로 가오리!

널찍한 아이스박스를 들고 룰루랄라 집에 들어가서 아내한테 길에서 5만원에 샀다는 말은

쏙 빼고, 광어와 가오리를 사왔다고 자랑을 했다. 장인, 장모도 자기들을 위해 사왔는지 알고

반가워하면서 좋아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웬걸. 그 것도 잠시, 아내가 주방으로 가져가더니 냄새가 난다며 상해서 못 먹는

것인데 어디서 구입했느냐고, 조금 전과는 정반대 얼굴로 정색을 하면서 따져 묻는다.

아휴, 쪽 팔려! 장인, 장모 앞에서 이 무슨 개망신 이란 말인가.

아내는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았겠지만, 장인, 장모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이후 내가 겪은 상황은 말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나는 횟집으로 두 분을 모시고 가서 대접을 해 드렸지만

광어 값을 따블로 지불하고 먹은 셈이다.

지금도 나는 광어회를 좋아하지만, 수족관에서 내가 직접 선택한 광어가 아니면

믿음이 안가서 광어회 보다는 술을 더 마시는 편이다.

광어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2017.  5.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