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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농사는 망치다

운명2 2010. 8. 11. 14:55

 

            올 농사는 망치다

 

농사를 지어보니 꼼지락 꼼지락 농사짓는 재미로 내가 직접 가꾼

유기농 신선한 야채를 먹는다는데 있지, 경제성으로 보면 노동력에 비해

사서 먹는 것이 쌀 것 같다.

그래서 몇 년 농사를 안 하다가 노는 땅이 아까워서 손수 삽으로 갈아엎고,

그래도 고구마 농사가 손이 덜 가기에 밤고구마 200개, 호박고구마 200개를 심었다.

밤고구마는 잘 자라지만, 호박고구마는 시장에서 싹을 사다가 심은 것은

커가면서 계속 죽는다는 알았다. 그래서 호박고구마가 더 비싼지도.

잡초는 어디에서나 제 땅인지 알고 무성하게 자라서 고구마 밭에도 잡초는

무성하게 자라서 잡초를 제거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매일 저녁

술 마시느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하루 날 잡아서 한나절을 다부지게 풀을

뽑았는데, 이튿날 허벅지가 땅기고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며칠을

고생했었다. 그리고도 한 번 더 잡초를 제거해 주어, 이제는 고구마가

무성하게 넝쿨을 뻗고 자라서, 잡초의 기선을 제압해서 한시름 놓고 가을에

수확할 날만을 뿌듯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고라니가 내려와서 고구마 잎을 뜯어 먹기에, 비닐 줄로 울타리까지 만들어 놓았더니

고라니가 접근을 안 해서 다행이다 싶었더니, 어제 보니 멧돼지란 놈이 마구 잡이로

고구마 밭을 훑고 지나가서 쑥대밭을 만들고 작살을 내 놨다.

 

 

아! 허탈감과 실망. 분노와 괘씸함.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음을 다 잡고 돌아서면서 생각하기를

그래, 내 고구마를 먹었으니 멧돼지 너는 내 것이다.

내가 너를 키우려고 고구마 사료를 심었구나.

두고 보자. 너는 반드시 내손으로 잡고야 말겠다.

백두대간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너와의 머리싸움으로 내 유혹의 미끼에

너는 스스로 걸려들 것을 확신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잡히지 않으면 내 오기로 사냥개를 키우고, 엽총을

사서라도 반드시 응징하고 너를 제물로 파티를 열고 말 것이다.

산돼지와의 만남도 운명적이려니....

만일 다른 사람이 잡더라도 내가 고구마 사료로 키웠으니,

절반은 내 몫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