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에 대하여
운세에 대해서
전에 이곳에도 손금을 잘 보는 사람도 있었고,
운세를 잘 봐주는 사람도 있었고,
운세 사이트를 운영하던 사람도 있었는데,
연초가 되니 그 분들 생각이 난다.
내 손금을 보고 예언했던 말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맞지 않고 있지만...
새해가 시작되고, 올 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만큼,
바야흐로 점집이 바빠지고 특수를 누릴 것이다.
누구나 다 당선된다는 점쟁이 말을 믿고 나서겠지만,
당선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김정일의 사망을 12월로 정확히 예언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화제이기도 한데,
어느 점쟁이던지 100% 전부 맞추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어쩌다가 한 번 예언한 것이 맞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점쟁이와 점을 보러 오는 사람과도 주파수가 맞아서 일치되어야
정확한 운세를 예측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접신이 된 영(靈) 능력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정리해 보니까 대략 3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라디오' 형이다. 마치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신명(神明)들이 그 사람의 귀에다 대고 소곤거리듯이 정보를 제공해 주는 형태이다. 전문용어로는 이보통령(耳報通靈)이라고 한다. '귀에다가 보고해 주는 영(靈)과 통했다'는 뜻이다. 라디오 형과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주제에 일관성이 없다. 이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일쑤이다. 영계에서 그 사람의 귀에다가 어떤 정보를 제공하면 그때까지 하던 이야기는 멈추고 곧바로 귀에 들어온 내용으로 바뀐다. 이보통령 된 사람과 이야기할 때의 주의사항은 이야기를 중간에 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중간에 자르면 매우 화를 내면서 대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흑백TV'형이다. 상대방이 처해 있는 상황을 마치 흑백TV 보듯이 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절벽 앞에 서 있으니까 하는 일이 막히겠다" 또는 "칡넝쿨이 칭칭 감고 있다"는 식으로 상담자가 처한 상황을 설명한다. 세 번째는 '칼라TV' 형이다. 흑백보다 훨씬 밝고 선명한 칼라로 상대의 성격이나, 현재 처한 상황, 미래의 운명 등을 눈으로 보듯이 예언해주는 타입이다. 살면서 '칼라TV'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적중도가 가장 높다고나 할까. 단, 해상도가 높은 만큼 비례해서 전력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이런 유형은 에너지 고갈로 인해 단명하거나 몸에 병이 들기 쉽다.
동양학자 조용헌의 (입신과 접신)에서 발췌
점집은 긴 대나무에 하얀 깃발을 꽂아 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가 아마도 하늘의 신과 접신하기 위한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벽에 이상한 그림과 불상 같은 인물화를 걸어두고 있는 것도
그 그림과 교감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운세를 정확히 보려면 칼라TV같은 점쟁이를 만나야 할 것 같다.
지난 해 경기도 수원에 칼라TV형의 아주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젊은 나이인데 돈도 많이 안 받고,
그 것도 하루에 두세 명 이상은 절대로 봐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수원에 가는 길에 호기심에 나도 한번 찾아볼까 해서 수소문 했더니,
그나마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는지, 죽었다고 해서 허탈한 마음이었다.
그 점쟁이도 자신의 운명은 알지 못했나보다.
무속인도 TO가 있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1만 명 본다'와 같은 한계가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젊은 무당이 좋다는 말이 있다. 또 하나는 '사(私)가 끼는' 경우이다. 원래 미래 예측은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이 잔잔하면 사물을 비춰주지만 돌을 던져 파문이 생기면 비춰주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당신 앞으로 크게 출세하겠다"와 같은 공수(공중에서 내려오는 말)는 맞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에게 돈을 갖다 주면서 다른 사람 운명을 봐달라고 하면 틀리는 수가 있다.사람이 돈을 받으면 의무감 때문에 긴장이 된다. 긴장이 되면 마음에 물결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이 아니라, 억지로 자기 생각을 투사(projection)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틀린다. 처음에는 몇 건을 잘 맞히다가 결정적인 큰 문제에서 '헛공수'가 나와 일을 망치는 수가 있다. 무속인이 담백한 생활을 하지 않고 과도하게 돈에 집착하면 그때부터는 사(私)가 낀 것으로 판단된다.
동양학자 조용헌의 (기업가와 운)에서 발췌
지난 연말에 광장시장에서 막걸리 모임이 있었다.
여자 둘이 들어와 우리 일행 옆 테이블에 자리를 했는데,
맞은 편 여자와 내가 눈이 마주쳤을 때,
왠지 모르게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눈이 붉게 충혈 된 여자였는데, 나도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고,
그 여자도 내 몰래 나를 자꾸 훔쳐본다는 느낌이 왔다.
나를 의식했음인지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면서 혼잣말처럼 술을 마시면
눈이 빨개진다고 눙을 쳤다.
결국 우리 일행의 남자가 작업을 걸어서 대화가 됐는데...
그 분이 오신 것같은 말을 해서 내가 농으로
내년에는 나도 애인이 생기겠냐고 묻자,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세상에 모든 여자를 전부 차지하려고 하지 말고,
한 사람만 택하라든가. 참내.
우리 일행의 여자들도 맞다맞다 맞장구를 쳐서 웃고 말았지만...
아마도 들어오면서부터 나를 자꾸 훔쳐 본 것은
그 순간 접신이 돼서 공수를 받았나보다.
자기 친구가 점쟁이인데 자기가 더 잘 맞춘다고 해서,
나는 더 자세히 봐 줄 것을 요구했더니 전화번호를 주어서
내 핸드폰에 입력까지 시켰었는데...
돈벌이 수단만 같아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삭제해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삭제해 버린 것을 후회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광장시장 그 술집이 단골이라던데,
그 술집에 가면 다시 그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내일이라도 그 술집에 가볼까 싶다.
- 운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