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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거스러미

운명2 2013. 2. 6. 20:39

 

 손거스러미

 

내 어릴 때에 손거스러미가 생기면, 어머니는 손이 커지는 증거라며 손톱깍이로 잘라 주셨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손이 커지는 것인지 손거스러미가 자주 생긴다. 손거스러미가 생기면 성격이 예민한 탓인지 신경이 자꾸 쓰이고, 손거스러미가 걸리면 깜짝깜짝 놀라며 불같은 성격에 당장 잘라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집이 아닌 밖에서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손거스러미를 발견하면 난감해진다. 다른 손 손톱으로 잘라내 보려하고, 심지어 이빨로 자르려 해도 안 되니, 당장 옆에 있는 아무한테나 손톱깍이를 빌리고 싶어지고, 아무집이나 들어가서 손거스러미를 잘라내고 싶어 안달이다. 전에 알던 여자는 손가방이 만물상자같아서 1회용밴드, 연고 등 상비약, 바늘, 실. 손톱깍이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이럴 때는 그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이 슬프다. 하찮은 손거스러미에도 어머니처럼 그립고 아쉽게 생각나는 사람. 그러나 막상 그 손거스러미를 해결해 줄 사람은 너무 멀리 있고, 이제는 부를 수도 없다. 이래저래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상념에 젖어보고,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회상해보며, 집에 돌아와서 손거스러미를 기억하고 손톱깍이를 찾았지만 정작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그 손거스러미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지금은 어느 손가락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문득 생각나는 진리. 내가 그동안 손거스러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성격이 급한 것이 아니었는지. 조금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반추하며 손거스러미는 아예 무시하고 인내 하면서 무신경, 무관심으로 대하면 나를 그렇게나 괴롭히던 손거스러미는 나도 모르게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많은 시행착오와 후회와 반성 속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이제서 바보처럼 이 나이에 아뿔사! 뒤늦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