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모기 이야기

운명2 2015. 9. 13. 09:28

 

                             모기 이야기


 옛말에 절기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여름이 가면 모기도 힘을 잃는 다는 뜻일진대 이 말도 이제는 맞지 않아 쓰지 말아야 할 것이

요즘 모기는 처서가 지나고 초겨울까지도 죽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한다.
 지하집모기는 한 겨울에도 지하실에서 활동하니...
 지금도 김장밭이나 고추를 따러 갈 때도 청바지에 긴 팔 옷으로 완전무장을 하지 않으면

모기가 새까맣게 달려들어 일도 못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모기는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암놈만 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람을 보고도 달려들지 않는

수컷 모기는 여태 본 적이 없으니 이 말도 신빙성이 없는 것 같다.
 
 옛 우화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해 질 녘 시아버지 되는 모기가 외출을 하면서 며느리에게 당부했다.
 '얘야, 내 저녁상은 준비하지 말아라.'
 며느리는 웬일인가 싶어서
 '왜요? 아버님?' 하고 묻는다.
 시아버지는 먼 산을 바라보면서 힘없이 대답하더란다.
 '마음씨 좋은 사람 만나면 잘 얻어먹을 테고 모진 놈 만나면 한 방에 맞아 죽을 테니

내 저녁일랑 짓지 마라.'
 수컷 모기가 피를 빨지 않는다면 이 우화도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시어머니가 해야 하는 말일 테니까.
 
 모기가 팔에 앉아 피를 빨아도 모진 놈 될까봐 차마 때려죽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까마는

모기처럼 정나미 떨어지는 놈이 또 있을까.
 밭에 나가거나 산에 밤이라도 주우러 갈라면 모기가 어찌 많은지 낮에는 소리도 없이

빈틈을 노리고 정확히 사정없이 달려드는 바람에 무서워 그냥 내려오곤 한다.

해방이후 여자와 모기만이 더 지독해 진 것은 아닐까. 아무리 소독을 하고 약을 쳐도 갈수록

모기의 개체 수는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여자들 인권신장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으니....
 경상도 어느 마을은 모기가 어찌나 극성인지 아무리 소독을 하고 당국에서 약을 뿌리며

모기 퇴치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소용없어 마을 전체가 이사를 가야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도 있거니와 남자들 군에 갔다 온 것이 공무원 시험에 가점 준다고 헌법재판소에서

남녀 차별이라는 판정까지 받아냈으니 군대 가는 놈만 바보 아닐까.
 
 모기는 사람의 땀 속에 있는 젖산 성분과 숨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좋아하고 열이 많은 사람과

헤어스프레이, 로션, 향수냄새를 좋아하며 검은 색과 적색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모기는 영계를 좋아해서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더 물리고 바싹 마른 사람보다는 뚱뚱하거나 대사 작용이 활발해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더 많이 물리게 된다.
 피가 단 사람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말은 근거 없고 땀을 씻지 않아 지저분한 사람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말은 근거가 있고 소양인들은 열이 많아 모기가 더 잘 달려드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소양인 체질이라서...
 
 엊그제 밤에도 나는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아파트 12층인데도 어디서 모기가 왔는지 한 번 물리고 나면 얼얼하고 가렵기 시작하여 열이 난다.

모기의 침이 마취기능과 피를 빠는 동안 피가 응고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가려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밤에는 귓가에 웨앵... 거리는 놈들의 소리에 소름끼친다. 그래서 모기가 한 마리라도 있으면

당최 잠을 못 잔다.
 자다가 일어나서 모기를 잡으려고 불을 켰더니 아내는 짜증을 낸다.
 뭔 모기가 있다고 잠도 못 자게 설치느냐고... 내 츠암내.
 그 놈의 모기가 아내는 술도 안 마셔 피도 깨끗할 테고 속살도 하얗고 살도 부드러운데

아내는 공격 않고 왜 나를 목표로 삼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샤워도 했고 아내 보다 나이도 많고

털도 있고 살결도 안 좋은데...
 그러나 불을 켜고 아무리 파리채를 흔들고 찾아도 놈은 꼼짝 않고 숨어 보이지 않고 다시 불을 끄면

어디 숨었다 나타나는지 또 다시 웨앵 소리를 내며 공격한다.
 이쯤 되면 잠은 다 잤고 어찌하던지 잡고 말아야지 그렇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신경을 곤두세우면 어둠 속에서도 모기가 앉는 감촉을 느낄 수는 있지만 때려잡기는 쉽지 않다.
 
 옛 날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놀던 그 시절에는 모기가 이처럼 극성이지는 않았던 것 같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지금의 모기는 몇 십 배 더 생명력이 강한 독한 모기로 진화된 것 같고

뇌염이나 학질 등 전염병을 옮기고 심지어 에이즈도 모기가 옮기는 것이라는 설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생물학자나 유전공학 박사들은 다른 연구는 말고 모기를 박멸시키는 연구와 모기의 천적을

탄생시키거나 모기가 모기를 잡아먹는 슈퍼모기를 만들어 내서 모기를 지상에서 영원히 멸종시키는

연구를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하긴 박쥐가 모기의 천적이라던가.

 옛 문헌에 보면 모기눈알젓이 최고의 별미 요리식품이었다고 한다. 어떤 맛인지 나는 먹어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에 가서 박쥐 배설물을 긁어 물에 풀어서 체로 걸러서 모기눈알을

채취해서 소금에 절여 젓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맛이 있었기에 그 정성을 다해 박쥐 똥에서

잘 보이지도 않을 모기눈알을 고르고 양도 극히 적을 텐데 젓을 담가 먹을 줄 알았을까.

그 것도 공급이 딸려 사대부나 높은 벼슬이 아니면 구경도 못했다니 요즘의 곰 발바닥 요리나

상어 지느러미. 원숭이 골 요리보다도 더 대단한 사치 식품이었고  상류층 식도락가들도 어쩌다 한 번

먹어보는 식품이 아니었을까. 박쥐도 소화 못 시키는 모기 눈을 사람들은 뭔 맛으로 먹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도 최고의 정력제로 소문나지 않았을까.
 내가 모기눈알젓을 다시 재현해서 떼돈을 벌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옛날 효자는 부모님 침실에 먼저 들어가 홀딱 벗고 앉아 있으면 모기가 달려들어 피를 빨고

잔뜩 포식한 모기는 더 이상 피를 빨지 않기에 그 다음 부모님이 편안히 잠을 주무시게 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매일 밤 부모님 방에 들어가 미리 자신의 피를 공양하고 부모님을 편안히 잠들게 하는

효성스런 마음에 놀랐기만 하다.
 모기와 타협하고 서로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기가 역이용해 지금처럼 모기는 더 지독하고

강해지지 않았을까. 모기가 저주스럽다. 하긴 모기가 기껏 피를 빨아야 얼마나 먹을까.

다만 따갑고 가려워서 탈이지.    
 그런데 지금 나는 아내를 대신해서 내 피를 공양하는 열부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의 짜증이 두려워 불도 못 켜고 그렇다고 모기가 있는 한 잠들기는 틀렸고 나도 옷을 홀딱 벗고

누워 있을까 보다.
 그래, 다들 뜯어먹어라. 배가 터지도록.....

 마누라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볍게 코까지 골며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가만히 아내 얼굴을 들여다보니 죽도록 달려드는 모기나 아무 것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자는 아내나

둘 다 정나미 떨어져 얄밉기만 하다.
 
 에이, 더러워서......
                                                                               2002.   9.  8.     - 운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