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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마치고

운명2 2015. 11. 27. 20:38

                봉사활동을 마치고

 

 사랑은 동사(動詞)라고 한다.

 사랑은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고 따듯한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그것은 사랑으로 승화되기에 사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원봉사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되고,

정신적인 세계까지 만족시켜 주기에 자원봉사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투자라고 한다.

 사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조그마한 실천이라기에 나도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천주교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싸서 가방에

담아서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해주는 봉사활동을 1주일에 한번 씩 1년 가까이 했나보다.

 내가 담당하는 독거노인이 34명인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9명을 제외하면

단독 주택이나 단독주택의 반 지하방이나 무허가 판잣집 같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도시락은 다양한 반찬과 무척 맛있는 국으로 매일 식단을 짜서 아주

맛있게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그들 독거노인들의 부류를 보면

 장애를 가져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늘 누워계시는 분도 있어서

그들은 재가 봉사요원이 매일 찾아와서 목욕을 시키고 청소도 하고

밥을 차려주기도 하는 것 같았고, 어느 집은 봉사요원이 찾아와서

말동무가 되어주는 집도 있었는데 그런 노인은 자식들이 도와주는지

그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다행 같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제대로 거동도 못해서 방에서 오줌냄새가 진동을 하고

도시락도 내가 늘 다시 챙겨서 가지고 나오는 곳도 있고.

늘 같은 모습으로 벽에 기대어 티브만 보고 있는 분도 있고,

도시락은 먹지도 않고 라면에 막걸리로만 사시는 분도 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빨래시킨 것 안 가져온다고 야단치는 할머니.

약을 보내라고 성화인 할머니. 목욕 언제 하냐고 재촉하는 멀쩡한 할아버지.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집도 있고. 구청에서 마련해준 집에서 거주하는

할머니 세 분은 늘 반갑게 맞으면서 고맙다고 꼭 요쿠르트를 하나 건네준다.

 아파트에 사시는 백발의 할머니는 깨끗하게 청소해놓고 곱게 차려입고

싱크대에서 반찬 준비를 하는데  왜 복지재단에서 도시락을 받아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집도 있고...

 도시락을 가져 갈 시간이면 할머니 혼자였다가 도시락 먹을 시간이면

가족이 전부 나타난다는 집도 있고. 재개발지역에 딱지를 노리고

또는 입주권을 노리고 재테크로 노인들을 일부러 거주 시키고

고생시키는 못된 자식들도 있다.


 구청에서는 정확한 실태파악과 자녀 유무, 경제사정 등을 고려해서 

독거노인을 선별해서 복지관에 통보했겠지만 형평성에 의문이 가는 집도 있고.

정말 불쌍하고 가엾기만 한 독거노인들도 있어서 매 번 안쓰럽기만

노인들도 있어서 도시락만 전달하고 바로 나오기가 미안하기도 했다.

 늙어서 자식들에게도 버림받고 몸도 불편해서 거동도 못하고

냄새나는 퀴퀴한 방에서 혼자서 도시락 먹으며 살지는 말아야지.

그나마 거동이라도 할 수 있어 복지관으로 찾아와서 무료 급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늙어서도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매 번 느껴본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든든한  빽을 둔 것 같은 편안함.

정신은 건전하게 몸은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도

나는 복 받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거나 점검 중이면

22층까지 걸어 올라가고 걸어 내려와야 하는데 그런 날은 땀이 솟아나고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짜증이 나기도 한다.

 더구나 도시락을 배달해 주고 어제 먹은 도시락은 수거해서

내가 다 설거지해야 하는데 설거지를 깨끗이 한 집이 많으면 좋지만,

먹고 난 도시락 그대로 어떤 때는 먹지도 않고 그대로 있으면 설거지할 때

또 짜증이 나는데 아직 나는 수양이 덜 돼 있는지 모르겠다.

 또 도시락을 싸다보면 맛있는 반찬에 나도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땀 흘려 배달하고 와서 그냥 점심은 제공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기껏 봉사활동하고도 식권을 2,500원 주고 사먹어야 한다.

 그것도 총무과에서 11시 전에 식권을 구입해야 한다고 곱지 않게 말을 하기에,

갑자기 열 받아서 점심 공짜로 제공해주면 자원봉사 다시 하겠다고

담당자에게 말하고 봉사활동 때려 치웠다. 

 점심주고 막걸리 주는데 찾아 봐야지..... .   

                                                         2009. 03. 30.   - 운  명 -

 

*사족. 연말에 회사에서 봉사활동 실적이 있으면 봉사활동 증명서를

 제출하라기에 제출했더니, 그 해 봉사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고

 그 결과 이듬해 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아원까지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기회도 주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