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낸 메일
못 보낸 메일
천 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 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 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 지지 않으오리다.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方言)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 피듯 피 오면
그대는 저 5월 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초인 사랑이 석류 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모 윤숙)
이 시를 읽노라면 괜시리 눈물이 젖어옵니다.
언젠가 반드시 오리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는 기다림은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리는 행복함이 있겠지요.
그러나 그 기다림도 지치면 슬슬 의심이 생기고
초라한 내 자신이 비참해지기 마련입니다.
샛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면 온다던 약속이
겨우내 은행을 다 구워먹으며 혹한을 견디고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 연가]라는 시처럼
눈밭에 그대와 1주일간 갇혀서
헬기가 찾으러 와도 손 흔들지 않고
그대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겨울도 가고.
다시 꽃 피는 봄이 오면 오신다더니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다가 지고
온 산에 벚꽃이 화려하게 만발했다가
엊그제 비로 바닥에 낙화만이 수북한데도
님은 여전히 소식도 없고...
방청소를 매일하고, 냉장고 청소도 하고
두릅을 따다가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고
두릅산적을 만들어 먹고, 두릅전을 만들겠다고 계획하고
취나물과 민들레 싹을 뜯어
삼겹살을 노릿노릿 구워 쌈을 싸서 먹겠다고
냉장고에 잔뜩 보관했는데도
님은 여전히 꿩 구워 먹은 소식이고...
이제 꽃 중에 꽃 예쁜 복사꽃만이 님을 기다리건만
그 복사꽃마저 지고나면 전화라도 하시렵니까?
5월 아카시아 하얀 꽃향기가 물씬 풍기면
그 향기처럼 조용히 오시려나이까.
6월 넝쿨 장미가 가로변 토석 방지망에
빨갛게 십 여리를 목이 빠지게 고개 내밀면
마지못한 듯 손을 흔들며,
미안한 듯 미소를 지으며 오시려나이까.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그를 향한 이끌림이라고 합니다.
선한 황홀한 끌림.
그런 의미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에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이 최고의 행복이자 선물이었는데...
이처럼 만난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고 운명적일 진데
왜 당신은 모른 척 바보처럼 외면하시기만 합니까.
인생을 살면서 조용히 관조하며 음미하는 것이
우리 나이의 사랑이란 감정이고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느낌으로
서로 상대를 대하는 것처럼 행복함은 없다지만...
이 봐요. 있자너요.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시간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요.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주 만나야 정이 들고
손이라도 서로 잡아야 정이 깊어지지 않던가요?
어느 소설가의 말에 의하면
상처란 마음을 바깥으로 내 보낸 자만이
맛보게 되는 독약이라더니...
세상에 마음을 주지 않으면 마음을 다칠 일도 없으련만.
내가 이렇게 아픈 상처의 통증으로 시달리는 것은
너무도 많이 일방적으로
내 마음을 주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
그런데요.
내가 철부지 어린애처럼 순진한 탓인지
삶의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사랑을 잃고도 의연하게
오직 이 세상에서 그 사람을 만났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그래서 한 순간 행복했었다는 것을 위로 삼으며
살 자신이 나에게는 없습니다.
그래요. 나는 멍청한 바보랍니다.
한 번 뿐인 삶.
온 영혼을 다해서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자구요.
사랑해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
2009. 04. 25. - 운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