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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T.V 특집 유감

운명2 2015. 12. 19. 12:42

             * 연말 T.V 특집 유감*

 연말연시에 T.V를 보고 있자니 전부 연기대상이거나 가요대상이라는
특집으로 방송국마다 요란을 떠는데 자사 T.V 프로그램 홍보를 하는 것인지,
연예기획사 로비로 행사를 하는지 젊은이들 위주로 편성한 짜 맞추기식
일색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데 나는 누가 누군지 도대체 알지도 못하고
처음 보는 생경함 뿐 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이쪽, 저쪽 채널을 돌려가며 T.V에 흠뻑 빠져있는데...
 어느 인기가수라는 사람은 여의도에서 방금 상 타고 장충체육관으로 어떻게
달려왔는지 이쪽에서 연기상도 받는다고 한다.
 
 T.V도 세대교체가 되는 건지,
 내가 나이를 먹은 건지.
 우리 때는 나훈아, 남진이라던가.
 조용필 정도 되어서 열창을 하는 모습에 흠뻑 매료되어 감동을 느꼈지만
지금은 촐싹대면서 내용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알아듣지도 못할 가사가
중간 중간에 영어단어와 함께 꼭 끼워 넣어야 멋이 있다고 생각 되거나
그래야만 인기가요가 된다고 생각하는 현 세태가 혀를 끌끌 차게 만들고 있었다.
 더구나 생방송에 수상 소감을 말하려면 짧고 간결하게 해도 좋으련만
지루하게 감독들 이름을 전부 호명하고 자기 연예기획사 홍보하듯 사장을
비롯해서 동료 연예인도 다 들먹이며 감사를 드린다고 야단을 떠는 것이 정말
짜증이 나다 못해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 많은 이름들 외우느라 고생 꽤나 했겠지,,,,싶은 것이 )
 이수만씨는 서울 농대시절부터 말재간으로 연예계 발을 들여놓아 인기를 끌어
가수도 하더니 요즘 아예 연예기획사를 차려 스타 제조기라는 별명답게
코스닥에 등록시켜 주가도 올려 큰돈을 버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방송국
PD와 비리에 연루되어 해외로 도망쳐서 골프로 소일하며 버티다가 결국 돌아와
기소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또한 돈으로 해결이 되었는지 뻔뻔스럽게 다시
나와서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하여서 씁쓸한 입맛인데...
 자신의 회사 연예인들 이름을 지루하게 전부 호칭하여 시청자들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고...

 또 하나 새로운 발견.
 호랑나비라는 노래 하나로 지금까지 버티며 먹고사는 김흥국.
 아, 나는 김흥국이 정말 억세게 운수 좋은 운명으로 태어나 인생이 잘 풀리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노래 하나로 10대 가수에 들더니 그 여과되지 않은 언변으로도 여기저기
천방지축으로 엉뚱한 소리를 하고 다니며 되지 않게 웃기며 말실수로 방송에
나와 먹고사니....
 취미로 축구를 한다며 약방의 감초처럼 축구와 연관있는 곳에 나타나곤 하더니
운 좋게도 월드컵 붐을 타고 열성적으로 축구에 매달리며 외국으로도 빠짐없이
응원을 나가고 그 때 마다 매스컴에 오르락 거리기도...
 그런 인연으로 지난 대선에서는 정몽준 사단에 합류하여 대선 홍보단장을
하더니, 정몽준이 단일화에 패했을 때 가장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던가.
 아마도 정몽준이 대통령이 됐더라면 장관은 아니더라도 문광부 산하
단체장이라던가, 최소한도 프로축구단 사장은 틀림없이 했을 것만 같다.
 정몽준의 대권 꿈이 무산됨과 동시 그로 인해 방송을 1년 정도 쉬었나 했더니
어느 새 슬그머니 또 나와서 방송에 나온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UCLA 대학을 우크라이나 대학이라고 말해서 더 웃기는 지식으로...
하여간 억양과 말투로 웃기는 사람 아니던가.
 이 번에도 무슨 상을 탔다던데, 어김없이 해병대의 의리를 자랑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존경하는 정몽준을 내세우기도 하고 정몽준이 자기로 인해 웃음을
찾았다던가.
 그러고 보니 방송도 민주화가 되긴 된 모양이다.
 하여간 나는 그 김흥국의 인생이 부러웠다.
 가수로 나와서 가수보다는 말 로 연예계 생활을 하며 늘 웃으며 낙천적으로
돈을 벌어먹고 산다는 것이 행복한 운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나는 밤늦도록 재미없고 식상하고 짜증나는 프로를 아이들하고 보다가
채널을 돌렸는데...
 아!, [7080 콘서트]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배철수가 사회를 보는데, 정말 오랜만에 내 수준에 맞는 프로라서
너무 좋았다.
 임지훈이 키타를 치면서 목에 하모니카도 걸고 노래하는....
 우린 그들을 음유시인이라고 했던가. 서정적인 가사로 감미롭게 노래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랑의 썰물], [회상]을 부르고 [잃어버린 우산],
[눈물 한 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르는 가수도
반갑고 좋았으며, 그 시절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대화방에서 음악을
신청해서 듣는 것만큼이나 좋았다.
 5공 시절, 허문도의 아이디어로 젊은이들의 군부정권에 대한 반발감을
그 넓은 여의도에 [국풍80]이라는 타이틀로 잔치 마당을 마련해 젊음을
다른 곳으로 발산시켜 보려는 의도로 기획된 가요제에서 1등으로 혜성처럼
나타났던 가수 이용.
 아마도 최대의 관중이 모인 가요제에서 1등을 한 가수가 이용일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그 한 줄의 가사가 어김없이 가슴에 남겨져 있는 것을 보면 인기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리라.
 그의 [잊혀진 계절]을 마무리로 오래도록 여운이 함께 했는데...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방송이란 생각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아마도 이런 느낌과 기분에 미사리 카페가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가 또 우리 나이가 되면 추억으로 돌아가
춤추고 흔들고 랩을 해대는 카페가 성업하리라. 
 흥얼거림으로 잠자리에 드는 나를 이상한 듯이 바라보아 주는 아이들에게
속으로 중얼 거릴 수 밖에.....
 '니들이 그 시절 그 노래 맛을 알어?..... '

                                                                 2005. 01. 04.   - 운  명-